도그마 05-16

  나는 칸투칸의 고객이다. 인터넷을 떠돌며 무수한 인터넷 광고 속 어처구니없게도-어쩌면 필요에 의해 칸투칸에 들어왔다. 그리고 상품페이지로 상품을 들여다보고, 구매하거나 나간다. 나는 칸투칸의 직원이다. 제품을 디자인하고, 완제품을 사진으로 담아낸다. 글을 쓰고 상품페이지를 내건다. 판매를 지켜본다. 아니다, 다시 하자. 다시 내건다. 판매를 지켜본다. 벌써 몇 번의 시즌이 지나가고 몇백 가지의 제품을 수려하게 작업한, 이곳에서의 몇 년을…

일 없는 세상…잉여 인간이 더 두렵다

오늘은 자동화의 물결과 더불어 사람의 노동이 점차 효용을 잃으면서 닥칠 사회 문제를 다룬 글을 소개합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선임 에디터이자 칼럼니스트인 라이언 에이번트(Ryan Avent)의 신간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책 제목은 ‘인간의 풍요: 21세기 일과 일의 부재(The Wealth of Humans: Work and its Absence in the Twenty-First Century)’입니다. 결국 기계가 인간의…

맥거핀 라이프

주인공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무얼 하든 남 다르고 어디서든 돋보이는. 과감한 선택으로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역경의 끝에서 마침내 특별한 가치를 창출하는. 그들은 귀감이 된다. 영웅담은 빠르게 퍼진다. 요즘엔 좋아요를 타고 더 빨리, 보다 멀리.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하면 말이 다 돈이 된다. 책이 나오고 방송을 타고 강연을 다닌다거나. 누가 봐도 비범한 그들은 참나, 겸손까지 갖추었으니!  …

한 생명을 구하는 건 인류 전체를 구하는 것이다
: 하얀 헬멧

이번 노벨상은 여러모로, 고은 시인이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을 때 보다 더 많이 회자 되는 것 같다. 물론 노벨 문학상은 파격적이었다. 노벨상의 권위야 말할 것 없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를 받기 전까진 그의 오스카 수상이 더 재밌었던걸 보면 아직 어리구나 싶다. 뭐, 이런 나라도 노벨 평화상만큼은 언제나 흥미 진진하다. 세상 평화에 기여한 사람이라니, 이 얼마나…

30원 어치의 노동

    정확한 날짜를 기억한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인생은 전환점을 맞기도 하나보다. 그 날 들었던 한 마디를 평생 기억할 것이다. 2010년 12월 12일, 오전 10시경, 4호선 오이도행 열차, 그 안에서 나는 멘토를 만났다.   중앙역에 가는 길이었다. 주말이면 웨딩 비디오 촬영 아르바이트를 다녔는데, 그날은 안산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오전 11시까지는 식장에 도착해야 했다. 내가 사는…

이 열정에는 땔감이 필요합니다
: 크라우드 펀딩

  영국에 가면 꼭 구경 해야 할 4대 마켓이 있다. 버로우 마켓, 캠든 마켓, 브릭 레인 마켓 그리고 노팅힐의 서점으로 유명한 포토벨로 마켓. 다양한 먹거리들과 신선한 재료까지 가득한 마켓에는 사람들도 활기 넘치게 북적인다. 그곳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도, 음악을 연주해 주위를 아름답게 만드는 그 순간을 파는 사람도,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도, 다들 다양한 것들을 판매한다. 신선한…

나는 시간을 손가락으로도 다 세지 못하고 (to. 류근, 어린 것들)

    서럽게 정신없이 아침을 씻고 집 나갈 준비를 했다. 메신저를 확인하면서 오늘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인 걸 알았다. 서러운 자식이 오늘이야말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인 걸 알고 아, 1년이 지났구나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서럽게 걸터앉아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진 않고 아, 시간이 조낸 빠르다 짐작하며 서러운 생을 살러 아침 11시 28분 집을 나섰다.   나는…

우리는 소비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 플랜 Z

  Z   로마 문자의 마지막, 26번째 문자. 끝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며 수학에서는 미지수, 변수로도 사용된다.   월드 워 Z   2013년 개봉한 월드 워 Z. 월드 워 Z는 코미디 배우 멜 브룩스의 아들이자, 괴이한 상상력의 천재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 대전 Z를 원작으로 한다. 월드 워 Z는 개인적인 감상으로 아쉬움이 컸다는 것으로 접어두고, 그…

ㅇㅈ세대로 산다는 것

  내가 다니는 학과 특성 상 리서치를 자주 하다 보면 ‘X세대’, ‘베이비붐 세대’ 등 다양한 특징을 지닌 집단을 접하게 된다. 타겟은 마케팅 전략에 더 적절하고 특징적일수록 좋다. ‘캥거루족’, ‘그루밍족’이 그 예다. 얼마 전 20대 소비자를 조사하다가 ‘ㅇㅈ세대’라는 말을 접했다. 피식 웃었다. 내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주 쓰는 ‘인정?’이라는 말이 우리를 상징한다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ㅇㅈ세대의…

괜찮음의 변방에서

– 작은 회사가 에슬레져 시장에서 버텨내는 각오   **   ‘걱정 말아요, 그대’를 듣는다. 이적 버전으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고 한다. 공감한다. 현재는 과거의 집합이니까. 미래는 다가올 과거고. 매 순간 어떤 일들과 그에 대한 감정을 겪으며 지나왔다면 모두 의미가 된다. 그걸 성장이라 부른다. 그리고 거기에는 성장통이 동반된다.   한창 지나는 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