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만난 사람들

두 번째 알람을 듣고 일어난다. 침대에서 나와 씻고 옷을 입는다. 역으로 가 전철을 탄다. 두 번 환승해 신논현역에 내린다. 살짝 헤매다 6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나간다. 엘리베이터의 끝엔 할머니 한 분께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신다. 괜찮아요, 하고선 볼 일을 보고, 버스를 타 학교로 돌아간다. 언론정보관 라운지에 앉아 과제들을 하나씩 한다. 밤이 돼 자리를 정리한다. 조금 출출하다.…

오늘, 하늘은

고3의 막바지, 가슴을 짓누르는 막막한 부담감을 온 몸 가득 두툼히 껴안은 채 기숙사를 나와 양 옆으로 줄 서 있는 졸린 눈을 한 후배들 박수를 받으며 우리도 한 때는 수능을 치르러 갔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종종 그 토라진 새벽하늘을 잊을 수가 없다. 7시가 다 되도록 빛나고 있던 샛별과 그런 하늘을 감싸 안으며 터오던 동, 온…

주의!! 여기서 설명하는 대상은 절대 믿지 마십시오

“글이 인쇄되지 않은 네모, 그것은 당신을 침식시킬 것이다. 아주 천천히, 아주 강력하게.” < 숀 데렉 M. 카소비츠 Sean Derek Meadows. Kassovitz 1894~1972 > 숀 데렉 메도우스 카소비츠는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친구이자 멋진 신세계가 집필되는데 큰 도움을 준 사람이다. 같은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로 친분을 쌓으며, 의사 생활에 큰 스트레스를 받던 헉슬리에게 작가가 되길 권유한…

허무를 무르기까지의 시간

Long road to ruin there in your eyes Under the cold streetlights No tomorrow, no dead end in sight 네 눈에 비치는 폐허를 향한 긴 여정 차가운 가로등 아래서, 내일은 없어, 막다른 길도 없어 Foo fighters – long road to ruin (C)Andrés Nieto Porras in Flickr 우울하기 짝이 없는 사진에, 우울하기 짝이 없는 가사가 아닐…

우리가 떠나는 이유
최고의 여행을 위하여

일본 여행을 생각 중이다. 다들 흔한 이유의 여행을 꿈꾸듯 나 또한 그렇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특유의 “일본적” 분위기와 정취에 끌릴 따름이다. 여행 계획은 이렇다. 관광객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마을로 가서 여관방을 잡는다. 그리고 2주가량 지낼 요량으로 단 하나의 목표는 길고양이 한 마리를 길들이는 것. 우선 잠을 잔다. 많이 잔다. 오후 세 시에 일어나…

0.02%의 기적

Up Team is Up, Down Team is Down 축구는 이변이 많은 스포츠다. 공은 쉴 새 없이 필드 위를 날아다니고 끊임없이 선수들은 몸을 부딪힌다. 저변이 넓어 워낙 많은 경기가 열린다. 통상 한 경기 후 사흘은 쉬어야 몸이 제대로 회복된다는데, 리그와 리그컵,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게다가 국가 대항전 등 경기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빅 리그 상위권 팀들은…

수능, 그 불완전함에 대하여

매년 11월 셋쨋주 목요일이면, 대한민국이 들썩인다. 수능을 치룬지 이제 7년이 지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수능은 11월 즈음 보이는 찹살떡과 초콜릿 매대를 보지않는 이상, 기억하지도 못할 그런 날이다. 물론 나조차도 고등학생때엔 하루하루 수능 카운트를 세며 지낸 날도 많았지만 말이다. 1. 태초에 과거科擧가 있었다. 지금 국가에서는 시속의 글솜씨로 인재를 뽑고 있다. 각종 이권과 녹봉이 이것에…

살아가는 것과 살아내는 것

고향을 멀리 떠나 대학교를 다니다 보니 집에 가는 것도 일이다. 왕복에만 한나절이 걸리기 때문. 쉴 새 없이 달력으로 밀려들어오는 일정들을 처리하는 동안엔 도저히 집에 갈 여유가 나지 않는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하루를 비워 고향에 갔다 왔다. 나는 고향엘 갈 때마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 들리곤 하는데, 여태 두 번 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이번 일정에도 꼭 학교를 들려야겠다…

쓸모 있는 주제의 쓸 데 없는 이야기

(C)안창용 쓸모 있는 주제의 쓸 데 없는 이야기 쓸모 [명사] 1. 쓸만한 가치 2.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 눈을 떠 음악을 몇 곡 듣는다. 겨우 정신이 들면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뉘인다. 스마트 폰으로 주요 기사를 훑으며 30분쯤 반신욕을 한다. 씻고 나와 아침을 차린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찌개를 끓인다. 아이가 먹을 국은 간을 하지…

젊다는 건 단지 그뿐

사람이 못하는 건 없다 한다. 일단 시작하면 길은 보인다고. 이 악물고 덤비면 안 되는 게 없다고. 더구나 젊음이란 가능성으로 부푸는 풍선 같아서 얼마든지 떠오를 수 있다고. 높게 높게. 그런데 막상 해보면 무엇이던 다 되는 건 아니더라. 나의 가능성이란 단지 고만한 울타리 안에서 고만큼 자라는 게 최선일뿐. 벼룩의 점프력은 상당하다. 방바닥에 놓으면 천정까지 닿을 정도.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