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친구들이 후레시맨에 열광할 때 나는 마스크맨에 열광했다. 마스크맨들이 변신할 때 시전하는 핸드사인들과 동양적인 배경이 더욱 좋았다. 후레시맨의 노래는 다 못 외워도 마스크맨 노래는 지금도 다 따라 부를 수 있고, 그 첫 구절은 요즘도 가끔 흥얼거릴 때가 있다.




우리의 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는 힘이 있어요♬ 비밀을 갖고 있어요♪



마스크맨의 오프닝곡 첫 구절이다. 신체라는 물리적인 부분에만 국한하지 않아도 인간이 가진 모든 것들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존재한다. 인간을 둘러싼 아우라, 기운이나 에너지, 분위기 같은 것들도 힘이다. 그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바로 인간이 뱉어내는 언어 가 아닐까.



몇 해전, 무한도전가요제에서 유재석의 경험담으로 만들어진 말하는대로 라는 노래에서처럼 우리 모두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바란다. 그 효과를 믿고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열정과 열망의 말들을 아무리 해댄다고 해서 항상 말의 씨앗이 피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더구나 그 말의 씨앗이 타인에 의해 절망이나 불행의 씨앗으로 잘못 심기는 경우가 있다.

말하는대로긍정의 언어로 녹여내어 나를 담금질을 하더라도, 지근거리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대는 말을 듣다보면 없던 저주도 생길 때가 있다. 주변의 걱정과 염려들이 물론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긴 하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러가지 생각을 제공해주는 것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나친 타인의 관심과 걱정은 때로 자신에게 저주의 Spell이 될 때가 있다.




주변의 걱정과 염려는 과거의 자신과 만나게 한다. 과거의 아픔을 되새김질 시키거나 덮어놓고 지나가면 될 일을 괜스레 불쏘시개로 들추어 내며 꺼져가는 불을 살려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라서 자신의 서서히 소화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되새김질 시키는 것이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는데, 친구가 배고프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순간적으로 응? 내가 배가 고픈가? 라는 신기한 경험을 누구든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난 배고프지 않아라고 솔직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야 넌 아침을 안먹었으니 배 고플거야라고 말을 한다면 나는 일종의 주문에 걸리게 된다. 그러면서 슬슬 배가 고파지는 걸 느낀다.





우리는 그 힘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언어에는 이러한 힘이 있다. 타인의 불행과 행복을 바라보는 시선도 똑같을 때가 있다.

상대에게 지나친 관심과 배려의 말은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배가 고프지 않듯 불행하지 않음에도 넌 좀 괜찮아?라고 염려 섞인 말이 때론 나는 안 괜찮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듯 들릴 때가 있다. 물론 처음에 그 따뜻한 말은 너무나 감사한 말이지만 그 안에서 서서히 주문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름의 행복의 기준 안에서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함부로 걱정하는 것은 때론 그들의 삶을 방해할 수 있다. 걱정과 염려라는 이유로 또 다른 나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삶은 어차피 당사자의 몫이니 진정으로 걱정된다면 걱정하는 마음만 가지고 지켜봐주기만 하면 될 때가 있다.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섣불리 도우려고 나서지 마라.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성급한 도움이 그를 화나게 하거나
    그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
    하늘의 여러 별자리 가운데서
    제자리를 벗어난 별을 보거든 별에게
    충고하지 말고 참아라
    별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마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장 루슬로





글. 김이든.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