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혼자 산다.

  • 지금은, 혼자 산다.

  • 앞으로는, 혼자 살지 않을 것이다.

  • 나는 혼자가 좋지만, 혼자가 싫다.


나는 참, 말이 많은 사람이다. 어디에서 내 장점에 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기면, 나는 늘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한다. “제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무슨 상황에서든 누구를 만나든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단점이 뭐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기는 한데, 말이 좀 많습니다.”





나는 상대가 새롭든, 익숙하든 관계 없이 말 하는 게 너무 좋다.






맞다. 나는 말이 많다. 말하는 게 너무 좋다. 상대가 새로운 사람이든 익숙한 사람이든 관계없이.

언젠가 부모님과 결혼과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결혼은 반드시 할 것이지만, 아이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맞을 뻔했다. 그래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책에서 봤는지 TV에서 봤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대단히 큰 영향을 받은 이야기가 있다. 대략 이렇다. 미치도록 아이가 가지고 싶은데, 그 이유는 새로운 사람은 자신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키워보는 것이 얼마냐 의미 있는 일이냐는 말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내 아이로 태어나면 좋은 환경에서 훌륭하게 키워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낼 자신이 없었다. 나는 내 밥벌이 정도밖에 못할 일이 적성이기 때문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튼 나는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몹시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며 그 이외의 많은 것들은 떠드는 것보다 행복할 리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는 혼자가 좋지만, 혼자가 싫다.






내가 수렁에 빠졌을 때, 물질적인 도움도 좋지만 나와 함께 떠들며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내게는 더 중요하다. 나는 글 쓰는 일을 좋아하는데, 그마저도 떠드는 것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것에 비할 바 못 된다.

지난해에는 1, 2, 3분기를 내리 집에서 쉬었다. 나름의 프로젝트를 위해 휴학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덕분에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많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집에는 아무도 없고, 우리 동네는 적막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했다. 가끔은 혼자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래서 괜히 우리 집 강아지에게 말을 걸고, 밥을 먹을 때도, 청소를 할 때도 계속 어딘가에 이야기를 한다.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지만, 그러면 조금 낫다.

사실 나는 혼자서 뭐든 잘하는 편이다. 혼자 영화도 곧잘 보러 다니고, 혼자 밥도 잘 먹고, 혼자 쇼핑도 잘 다닌다. 그런데 쭉 혼자라면 별로다. 그렇게 혼잣말을 해대다가 집 앞에서 들린 ‘고장 난 냉장고, 테레비, 컴퓨터 삽니다’라는 방송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뛰어나가 고물상트럭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아, 나는 절대 혼자는 못 살겠구나.




당시 자주 만났던 친한 친구와도 만날 때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나 많은지. 언젠가 김제동이 이야기했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사람들은 전화로 네 시간을 내리 떠들어대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고 한다. 그리고 또 만나서 네다섯 시간을 내리 떠들고 자세한 이야기는 있다가 전화로 하자고 한다.’고 했는데, 사실 조금 뜨끔했다.

지금은 아예 혼자 산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거나 밖에 나갈 일이 없는 날이면 예전처럼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고 지낸다.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은 별일 없이 지낸다. 하지만 이따금씩 조만간 다시 혼잣말을 시작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내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만나서 무슨 말이든 하고 싶다. 개인적인 이야기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이든, 우리를 위해 발전적인 말이든 말이다. 가끔 늙어서 혼자 사는 생각을 하면, 그것보다 두려운 일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나는 혼자 산다.

  • 지금은, 혼자 산다.

  • 앞으로는, 혼자 살지 않을 것이다.

  • 나는 혼자가 좋지만, 혼자가 싫다.


나는 나와 이야기할 사람과 살고 싶다. 다른 건 필요 없다.

당신은, 어떤 사람과 살고 싶은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가끔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글. 성문경. 커피 한 잔?